사춘기 땐 생각하는 뇌 부위 덜 자라…
버럭·까칠·소심이로~
요즘 극장가의 화제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다. 23일 현재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누적 관객수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 처음부터 이처럼 흥행할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입소문을 탄 뒤론 관객이 늘어났다.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이 영화의 흥행 코드다.
영화의 주인공 라일리는 열한 살이 되면서 사춘기에 들어섰다.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버럭이(Anger), 까칠이(Disgust), 소심이(Fear) 등 의인화한 다섯 가지 감정이 얘기를 풀어나간다. 피트 닥터 감독이 실제로 딸의 사춘기를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감정 연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폴 애크먼 박사를 비롯한 심리학자·뇌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영화는 상상력이 뛰어나면서도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선 예일대 의대 스티븐 노벨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영화평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의 라일리처럼 사춘기가 되면 왜 밝고 명랑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변할까. 멀쩡하던 귀염둥이가 갑자기 반항아가 돼버릴까. 뭐가 문제이길래 미운 짓만 골라서 할까. 사춘기 청소년의 뇌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까지 사춘기는 호르몬 분비 작용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호르몬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사춘기 뇌의 변화가 핵심이다.
사춘기 청소년의 뇌는 성인의 뇌와 크기에선 차이가 없다. 인간의 뇌는 12~14세까지 자란다. 다 자란 뒤 뇌세포가 줄어들거나 죽으면서 오히려 크기가 조금씩 작아진다. 문제는 사춘기 뇌가 골고루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편도체(amygdala)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위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버럭이·까칠이·소심이가 사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에선 신중히 생각하고, 계획을 짜고, 이해하고, 반성하는 기능이 이뤄진다. 그런데 사춘기 뇌는 편도체에 비해 전전두엽 피질의 성숙이 더디다. 이와 같은 불균형이 사춘기 뇌의 특징이다. 그래서 감정과 본능에 더 민감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별 생각 없이 말을 던졌는데 사춘기 청소년이 화를 내거나 우는 게 다 이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의대 프랜시스 젠슨 교수는 사춘기를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로 비유한다.
뇌 속 뉴런(신경세포)은 다른 뉴런과 연결돼 시냅스라고 부르는 구조를 이룬다. 뇌에선 뉴런의 수가 아니라 뉴런 간 연결망이 얼마나 단단하고 촘촘하게 퍼져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사춘기 때는 전전두엽 피질 뉴런이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 사춘기 뇌가 미성숙하다고 보는 또 다른 설명이다. 연세대 신경외과교실 장진우 교수는 “성인, 보통 20대 중반이 돼서야 기본적 연결망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연결망의 미완성은 다른 관점에선 사춘기 뇌가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뇌는 외부 자극, 경험, 학습에 따라 연결망이 달라지거나 다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춘기에 그런 작용이 가장 왕성하다. 청소년의 3분의 1이 이전보다 지능이 더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지능이 그대로였거나 오히려 저하됐다. 성격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현대 뇌과학에서 성격은 기본적으로 유전된다고 본다. 그런데 뇌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면서 연결망이 변하고 성격도 따라 바뀔 수 있다. 한마디로 사춘기 때 뇌를 어떻게 다뤘느냐가 나머지 인생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용돈을 받고,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마다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과 신호가 나온다. 이를 보상(reward)이라고 한다. 전전두엽, 쾌감과 관련된 측좌핵(nucleus accumbens), 기본욕구를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 등 여러 부위가 연결돼 보상이 이뤄진다. 사춘기는 이와 같은 보상 관련 연결망의 반응이 가장 활발하다. 특히 측좌핵이 그렇다. 그래서 충동적이고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 사춘기 뇌는 성인 뇌보다 #중독 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성인보다 더 강하고, 더 깊고, 더 빠르게 중독된다. 그 효과도 더 오래간다.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원장은 “약물 사용이나 게임중독 등은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이나 약물은 성인의 뇌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를 보이지만 사춘기의 경우 뇌를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사춘기 뇌에서 감정은 강한 영향을 미친다. 측좌핵과 더불어 보상에 반응하는 복측기저핵(ventrial striatum)은 슬프거나 기쁜 표정에 더 크게 반응한다. 특히 슬픈 표정에 대한 반응이 컸다. 영화에서도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뇌 속에서 슬픔이가 기쁨이 못잖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사춘기가 돼서야 슬픔에 대해 본격적으로 깨닫는다”며 “한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이 들면 기본적으로 차분해지면서 객관적으로 사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감정은 인간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억할지를 결정한다.
사춘기 청소년이 유난히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도 뇌 발달과 상관이 있다. 시각을 담당하는 대뇌의 새발톱고랑(calcarine fissure)이란 부위는 사춘기 초반부터 발달해 시각적 자극에 민감해진다. 갑자기 패션에 신경을 쓰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타박해선 안 된다. 얼굴을 구분하는 방추얼굴영역(FFA)도 사춘기에서 크게 활성화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더 어렸을 때보다 잘 읽어낼 수 있다. 부모나 어른들 눈치를 귀신같이 살핀다.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휙휙 바뀌니 사춘기 청소년은 감정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12~17세 청소년 중 6.7%가 최근 2주 사이 우울감이 든 적이 있었으며, 최근 1년 사이 8.1%가 한 번이라도 우울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답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영화의 라일리는 사춘기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며 “사춘기 청소년의 30~40%가 흔히 "중2병"이라고 불리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며 5~10%는 우울증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라일리 엄마가 ‘아빠도 힘드니 네가 좀 웃어보렴’이라고 했고 아빠는 라일리를 아직도 어린애 취급한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 시나리오 제작에 참여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심리학과 다커 켈트너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부모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애들은 원래 그렇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청소년기 적절한 운동은 해마(hippocampus)의 크기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해마는 기억의 핵심 중추다. 자녀와 부모의 안정된 애착관계와 가정교육은 뇌 성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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