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이야기

[두뇌건강] 수면은 뇌가 대청소 하는 시간

뉴런러닝 2014. 3. 19. 12:29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시냅스를 구분해 처리



돌고래들은 어느 한 시점에서 뇌의 절반만 수면을 취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인간은 왜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잠에 빠져들도록 진화했을까?


사람들은 거의 매일 밤 잠이라는 죽음과 같은 일종의 임사(臨死) 상태에 빠진다. 그것도 일반 포유류와 비교할 때는

상당히 긴 시간이며 도중에 깨는 일이 없다. 적어도 무방비상태로 5~7시간에 걸쳐 잠에 빠진다. 



인간의 긴 수면, 진화론적인 이유가 충분히 있어 

어쩌면 인간의 수면활동은 진화론적으로 설명할 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애의 상당부분을 외부의 공격이나 침입에 노출된 무방비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진화에는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수면을 통해 뇌의 휴식을 취하려는 돌고래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모른다. 오랫동안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이 문제와 씨름하며 갖가지 이론들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재미 있는 이론이 몇 가지 있다.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같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론이다. 깜깜한 밤중을 돌아다니다가는 무시무시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래서 밤에는 활동하는 것보다 집에 들어 앉아 잠이나 자는 것이 자신의 신변보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적응이론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회복이론이다. 우리의 몸이 낮 동안 소비한 온갖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수면을 취한다는 이론이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이론은 설득력은 있지만 수면 중에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다음날 정보를 원활히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

과학자들은 최근 잠자는 동안 뇌는 필요 없는 기억(쓰레기)을 지움으로써 다음날 새로운 정보가 원활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이러한 청소가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두뇌 회전도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신경생물학과 제프리 돈리 박사 팀은 잠은 왜 필요하며, 잠은 뇌의 기억력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초파리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연구진은 뇌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부위인 시냅스가 잠자는 동안에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잠 잘 때 뇌는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담고 있는 시냅스를 삭제하고, 새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냅스를 새로 만들어냄으로써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하지 않은 시냅스는 폐기 처분 

시냅스 연결은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뇌는 무한대로 새 시냅스를 만들 수 없다. 연구진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담은 시냅스를 지우는 과정이 바로 수면이 필요한 이유”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초파리가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 것은 초파리의 수면이 인간의 수면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파리와 인간은 잠을 잘 못 자면 다음날 더 자려고 한다. 연구진은 인간의 뇌보다 구조는 간단하면서도 수면 양상은 비슷한 초파리 뇌에 다양한 실험을 함으로써 수면과 기억력의 관계를 밝혔다. 

관찰 결과, 초파리는 잠잘 때 신체활동이 줄어들면서 뇌에서 새로운 시냅스가 만들어졌다. 반면 초파리에게 잠을 못 자게 하면 신체활동이 감소하지 않으면서 새 시냅스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2006년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파리를 대상으로 잠과 기억간의 관계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실험용 초파리 수컷을 난생 처음으로 암컷과 합방시키면서 한 가지 트릭을 썼다. 암컷 초파리 중 일부는 이미 짝짓기를 끝낸 암컷이거나, 아니면 수컷인데 암컷 냄새를 풍기도록 했다. 수컷 파리의 구애를 이들 암컷들은 당연히 거부했다. 


잠을 잘 잔 초파리 기억력도 좋아 

이틀간 이들 파리를 격리시킨 뒤 다시 합방시켰지만 실험용 수컷 초파리들은 지난번에 퇴짜를 놓은 암컷 초파리에게는 교미 시도를 하지 않았다. 상대에 대한 기억이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 잔 초파리일수록 기억력이 좋았다.

연구진은 비슷한 실험을 이번에도 했지만, 이번에는 초파리의 뇌에서 수면과 관련되는 유전자 3개를 찾아내 이 유전자에 조작을 가함으로써 잠과 기억과의 연관성을 좀더 분명하게 밝혀냈다.

돈리 박사는 “경제난으로 직업이나 장래에 대한 걱정이 산더미 같은 요즘 잠이 안 오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럴수록 충분한 수면은 중요하다”며 “잠을 제대로 자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쏟아져 나오는 온갖 정보를 수집, 해석, 분류해서 처리해야 한다. 힘들고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두뇌는 중요한 부분을 취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버리는 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면시간은 뇌를 대청소 하는 시간이다.


실험쥐에서도 비슷한 결과 나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체스터 대학 메디컬 센터(URMC) 연구팀은 최근 수면이 그런 활동을 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URMC의 룰루 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쥐의 뇌척수액(CSF)에 염료를 주입했다. 

그리고 염료가 쥐의 척수액 속을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 의식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나눠 비교했다. 대단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잠든 쥐의 두뇌활동은 둔화됐다. 하지만 염료가 뇌척수액 속을 이동하는 속도도 느려졌다. 깨어 있는 쥐보다 잠든 쥐의 CSF 속을 통과할 때 염료의 움직임이 더 둔화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는 두뇌가 맨해튼의 낮 시간 교통상황처럼 자동차로 꽉 막혀 있는 격이다. 쓰레기차가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치울 수가 없다. 낮 시간에는 쓰레기를 치우는 효율성이 수면 때의 5%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낮 시간에 쓰레기 처리 효율성은 수면 대의 5%에 불과 

“두뇌의 가용 에너지는 제한돼 있다. 두 가지 다른 기능 모드 중 택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깨어나 활동을 하거나 잠들어 쓰레기를 치우는 상태다. 집들이 파티를 한다고 생각하며 된다. 손님을 접대할 수도, 청소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연구팀에 따르면 두뇌에는 독자적인 생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글림프시스템(glimphatic system)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신경교(glia)라는 두뇌세포가 이용된다. 신경교가 쪼그라들면서 CSF가 더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글림프 시스템이 교통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쓰레기차가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그것은 주변의 혈관을 타고 전신을 순환한다. 최종에는 쓰레기로 처리된다.

이것이 수면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최신 정보이자 윤곽이다. 그렇다면 수면활동에 대한 모든 미스터리는 풀린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만약 그렇다면 잠을 적게 자면 사람의 인지능력은 퇴화될 위험성은 많아질까?

그러나 연구팀은 잠을 적게 자면 인지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를 태울 때 생기는 많은 대사 부산물과 마찬 가지로 이들 부산물이 유해하다고 알려졌다. 뉴런이 에너지를 태울 때 발생하는 부산물은 유해하며 폐기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수면장애를 겪는다는 것은 수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연구논문은 알츠하이머의 원인(遠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기반으로 두뇌과학의 혁명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여러 동물의 경우에도 적용될 경우 수면의 기본적인 기능이 밝혀질 것이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 과학·기술 > 보건·의학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74786